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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새벽에 부산에 간다는 설렘과 가죽자켓이 너무나 이뻐 잠을 50분 정도 밖에 못 잤다.
졸리지도 않았고 햄버거 하나 사들고 부산가는 기차에 올라 탔다.
10시 부터 바로 ‘13인의 자객’을 봐야해서 지하철을 타고 센텀시티로 갔다.
그리고 나서 연달아 ‘도노마’와 ‘타이거 팩토리’를 반쯤 뜬 눈으로 보고 밖으로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고, 사놓고 빡빡한 영화 스케줄 탓에 먹지 못하고 들고만 다닌 만두를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랑 같이 먹었다. 비가 와서 일기예보를 보려고 맥북을 켰는데 와이파이시대인 요즘 여기서는 인터넷이 잡히지 않았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가 요트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야외상영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남자의 자격을 안봐서 배다해가 누군지 모르는데 아무튼 그 사람이 속한 팀이 공연을 했고(옆 사람이 이렇게 설명하는 걸 엿 들었다.) 순희들 자극하는 씨앤블루도 오고 털모자를 쓰고 온 타이거 JK도 보고 조단엄마 윤미래도 봤다. 뭐니뭐니해도 이문세 본게 좋았지. 비는 정말 갈수록 많이 내렸고 우비 2개를ㅡ하나는 위를, 하나는 가방을 감싼채ㅡ입고 있어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모텔에 가서 가방을 열어봤을때 맥북케이스랑 카메라 파우치, 폴스미스 노트, 여분의 양말과 티셔츠가 젖어 있었다. OMG
공연은 끝났고 비는 여전히 내렸다.
“이거 취소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불안감이 들었지만 관계자가 영화는 상영 한다며 비가 오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오이유우(님) 안오는거 아냐?”
비가 와서 안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머리랑 바지, 신발이 다 젖어있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또 다시 관계자의 안내멘트가 나왔고 온단다. 오예.
카메라는 흔들리고 아오이유우 보느라 정신은 없고, 참.
말로는 할 수 없는 감동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이쁜여자류 종결자를 봤다.
번개나무는 감독이 번개를 맞았나 내용이 뻔했다.
거진 5시간을 비를 맞았더니 너무 추웠고 여기서 모텔 가려면 해운대로 가라고 영화 스텝분이 알려주셔서 일단 그냥 밝은데로 걷고 있다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아 걸어가던 사람한테 “요기서 모텔 많은데로 가려면 어딜로 가야해요?” 물었더니 자기가 그쪽 지나가는데 같이 가자며 우산을 씌워 주셨다.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도착.
그 분께 인사를 하고 모텔로 갔는데, 방이 없단다. 금요일이네, 주변에 나이트클럽 많네,
열 몇군데 돌아다니다 빈방있는 모텔을 찾았고 젖은 육신을 말릴 수 있었다.
배가 너무 고파 우선 옷은 제쳐 두고 짜파게티 라면과 삼각김밥을 야무지게 먹었다.
아 젖어도 좋아. 그냥 좋다.
p.s 영화 ‘번개나무’에 대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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